친구와의 대화는 때로 영혼의 거울이 됩니다. 웃음이 넘치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슬픔을 나누며 서로의 어깨를 토닥입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왜 친구가 될까? 그리고 어떤 친구가 진정한 친구일까?’ 현대 사회에서 ‘친구’라는 이름표는 너무나 흔하게 붙여지고 떼어지곤 합니다. SNS 친구 목록은 끝없이 길어지지만, 정작 마음을 터놓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아리스토텔레스, 우정의 본질을 꿰뚫다
• 이 세 가지 중 오직 '탁월성에 기반한 우정'만이 가장 고귀하고 진정하며 오래 지속되는 우정이라고 보았습니다.
• 그의 우정론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며, 오늘날 우리가 어떤 우정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2. 나는 어떤 종류의 친구를 추구하며, 또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가?
3. SNS를 통해 맺는 관계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론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왜 우정에 주목했을까?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의 아카데미에서 20여 년간 공부했고, 훗날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간의 행복과 덕에 대해 논하며, 이 모든 것의 핵심에 우정이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감정적 유대를 넘어, 우정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덕'이자 '기술'로 보았습니다. "친구 없는 사람은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정은 그에게 인간다운 삶의 근간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의 깊은 관계 속에서도 "스승은 사랑하지만 진리는 더욱 사랑한다"며 독자적인 사유의 길을 걸었습니다. 플라톤이 이데아론을 통해 이상적 세계를 탐구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 세계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인간의 삶 속에서 진리를 찾으려 했습니다. 그의 우정론 역시 추상적인 이상론이 아니라, 실제 인간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우정의 양상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 가지 우정, 쉽게 이해하기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이유, 즉 우정의 동기를 기준으로 우정을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누었습니다. 이 분류는 오늘날 우리의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매우 유용합니다.
1. 유용성(Utility)에 기반한 우정
이 우정은 서로에게 어떤 실질적인 이득이나 편의를 제공할 때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함께 일하는 동료나 스터디 그룹원, 혹은 특정 정보를 교환하는 관계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우정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충족될 때까지만 유지되며, 필요가 사라지면 관계도 쉽게 끝나곤 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의 우정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잘 보여 승진에 도움을 받으려 하거나, 특정 동아리에 가입해 인맥을 넓히려는 관계가 유용성에 기반한 우정의 예시입니다. 서로에게 '쓸모'가 있을 때만 유지되는 다소 계산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쾌락(Pleasure)에 기반한 우정
이 우정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거나, 상대방과의 교류에서 만족감을 느낄 때 형성됩니다. 젊은 사람들의 우정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보았는데, 가령 함께 파티를 즐기거나, 취미 생활을 공유하거나, 혹은 단지 상대방의 유머 감각이나 매력에 이끌려 친구가 되는 경우입니다. 쾌락 기반의 우정 역시 쾌락의 원인이 사라지거나 변하면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고 즐기는 친구, 게임을 함께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 혹은 단지 외모나 인기에 끌려 어울리는 친구가 쾌락에 기반한 우정의 예시입니다. 즐거움이 사라지면 관계도 식기 쉽습니다.
3. 탁월성(Virtue)에 기반한 우정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고귀하고 진정하며 이상적인 우정으로 꼽은 것이 바로 탁월성(혹은 선함)에 기반한 우정입니다. 이 우정은 상대방의 인격과 덕성(virtue)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상대방이 잘 되기를 그 자체로 바라는 마음에서 형성됩니다. 서로가 서로의 성장과 행복을 진심으로 염원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며, 잘못된 길을 갈 때는 기꺼이 조언하고 바로잡아 줍니다. 이 우정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오래 지속될수록 더욱 깊어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친구를 '제2의 자신(another self)'이라고 불렀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친구, 실패했을 때 좌절하지 않도록 격려하며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친구, 서로의 좋은 점을 배우고 함께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관계가 탁월성에 기반한 우정입니다. 이러한 우정은 깊은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론은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유효합니다. 특히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방황하곤 합니다. 인맥 쌓기, 팔로워 늘리기 등 유용성과 쾌락에 기반한 관계가 만연한 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은 우리에게 관계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유용성이나 쾌락에 기반한 관계를 먼저 맺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삶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서는 '탁월성에 기반한 우정'을 의식적으로 추구하고 가꿔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우정은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과 헌신이 따르지만, 그 보상은 물질적인 것 이상으로 귀하고 의미 있는 것입니다.
✔️ SNS의 수많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에 대입해보세요. 그 관계들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 내가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지 고민해보세요. 상대방의 성장과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탁월성'에 기반한 친구가 되려 노력하고 있나요?
✔️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진정한 대화와 깊은 이해를 나눌 수 있는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노력을 기울여 보세요.
다른 철학자들은 우정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리스토텔레스 외에도 많은 철학자들이 우정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을 중요시했지만, 그들의 쾌락은 일시적인 감각적 쾌락이 아닌, 정신의 평온과 불안의 부재를 의미했습니다. 그들에게 우정은 이러한 '아타락시아(ataraxia, 마음의 평정)'를 얻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로마 시대의 철학자 키케로(Cicero)는 『우정에 관하여』에서 우정을 '인간의 삶에서 가장 큰 축복'이라고 묘사하며, 아리스토텔레스와 유사하게 우정을 덕성, 즉 탁월성에 기반한 관계로 보았습니다. 그는 진정한 우정은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덕성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며, 결코 이해타산적이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철학자들은 우정이 단순히 즐거운 관계를 넘어,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역설했습니다.
키케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우정을 '덕(virtue)'과 연결했습니다. 그는 "우정은 덕과 함께 있을 때 가장 굳건하다"고 말하며, 덕 있는 사람들만이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일부 현대 사상가들은 관계의 유동성과 개인주의를 강조하며, 아리스토텔레스식의 영원하고 고귀한 우정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상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깊은 유대와 의미 있는 관계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더 깊이 생각해볼 질문들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유용성이나 쾌락에 기반한 우정이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정이 진정한 우정의 깊이와 지속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탁월성에 기반한 우정'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모든 관계가 깊은 우정일 필요는 없지만, 깊은 우정은 삶에 필수적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진정한 친구는 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나의 고통을 진심으로 함께하며,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격려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나를 이용하거나 나로부터 쾌락만을 얻으려 하지 않으며, 내가 그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나를 존중하고 사랑합니다. 관계의 깊이와 진정성은 어려운 순간에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이 인간의 행복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정 없이는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친구들은 우리가 자신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고, 삶의 기쁨을 나누며, 고통을 경감시켜 줍니다. 특히 '탁월성에 기반한 우정'은 우리가 덕을 실천하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행복한 삶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함께 생각해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론은 우리가 맺는 관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피상적인 관계에 만족하거나, 심지어 관계 맺기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이야말로 인간다운 삶, 즉 '행복한 삶'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합니다. 진정한 친구를 찾고, 또 그런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 삶의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일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친구를 찾고 있으며, 또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를 통해 우리 자신의 우정을 성찰하고, 보다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가꾸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친구와 어떤 우정을 만들어가고 있나요? 그 우정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이러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당신만의 ‘좋은 삶’을 위한 우정을 탐구해 보세요.
철학적 사유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이 글은 하나의 관점을 제시할 뿐이며, 여러분만의 생각과 성찰이 더욱 중요합니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견해를 비교해보고, 스스로 질문하며 사유하는 과정 자체가 철학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