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1년 겨울, 프랑스의 위대한 사상가 몽테뉴는 차가운 서재에 앉아 있었다. 그는 극심한 신장 결석으로 고통받으며, 삶의 모든 계획이 예기치 않은 고통과 죽음 앞에서 얼마나 허무한지 절감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지혜, 특히 스토아 철학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다르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질병, 갑작스러운 해고, 통제 불가능한 팬데믹. 우리의 삶은 때때로 거대한 운명의 파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돛단배 같다. 이 파도 속에서 우리는 흔들리고 절망하며 묻는다. "이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일이라면, 내 노력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그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해야만 하는가?"
운명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 스토아 철학의 지혜
• 운명은 피할 수 없는 우주적 이성이지만, 그 운명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통제 가능하다.
•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이자 행복이다.
2.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나의 감정적 반응은 무엇이며,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3. 나는 운명 앞에 무기력한가, 아니면 내면의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는가?
스토아 철학자들은 왜 운명에 주목했을까?
기원전 3세기, 그리스 아테네에서 키티온의 제논이 창시한 스토아 철학은 당시 불안하고 변화무쌍했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태어났다. 알렉산더 대왕 사후 혼란스러웠던 헬레니즘 시대, 사람들은 외부의 격변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애썼다. 권력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었고, 삶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로 가득했다. 이 불안 속에서 스토아 철학자들은 "흔들리지 않는 삶의 지표"를 찾으려 했다. 그들이 찾은 지표는 바로 '운명'과 '이성'이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우주가 이성적인 법칙, 즉 '로고스(Logos)'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었다. 이 로고스가 곧 '운명'이다. 모든 사건은 이성적인 원인과 결과의 사슬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이는 신의 섭리이자 자연의 질서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거대한 운명 앞에서 그저 무력한 존재일 뿐일까?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인 에픽테토스는 실제로 노예였다. 그는 극심한 고통과 굴욕을 겪었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내면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생각, 판단, 욕구, 회피이며,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육체, 재산, 명예,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다." 노예의 신분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신분에 대한 자신의 '태도'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의 삶 자체가 스토아 철학의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스토아적 '숙명론' 쉽게 이해하기
스토아 철학의 '숙명론(Fatalism)'은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포기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무엇을 통제할 수 있고, 무엇을 통제할 수 없는가?"
1. 통제할 수 없는 것: 운명과 외부 사건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연의 법칙, 다른 사람의 행동, 나의 재산이나 건강, 심지어 죽음 같은 외부 사건들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다고 보았다. 이것들은 우주의 거대한 이성적 질서, 즉 '운명'에 속한다. 이에 저항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오히려 불필요한 고통과 좌절만 가져온다.
상상해보세요. 당신이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시험 당일,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 시험을 망쳤습니다. 시험 결과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통제 밖의 일입니다. 스토아 철학은 이때 좌절하는 대신, 다음 질문을 던지라고 말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지?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2. 통제할 수 있는 것: 우리의 판단과 반응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아니다. 스토아 철학은 우리가 외부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과 '우리의 반응',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운명 앞에서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이자 힘이다. 비록 운명이 어떤 사건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더라도,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로마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만약 어떤 외부적인 것이 너를 괴롭게 한다면, 너를 괴롭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너의 판단이다. 그리고 그 판단을 없애버리는 것은 너의 힘 안에 있다."
이 철학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
스토아 철학의 지혜는 21세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강력한 통찰을 제공한다. 우리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살아가며,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염려로 마음의 평화를 잃기 쉽다.
- 불안 감소: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오직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함으로써 불필요한 불안과 걱정을 줄일 수 있다.
- 회복탄력성 증진: 예기치 못한 역경과 실패 앞에서 "이것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운명이다"라고 받아들이고, 대신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집중함으로써 빠르게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진정한 자유: 외부 환경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내면의 이성과 덕을 따르는 삶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평온(아타락시아)을 얻을 수 있다.
직장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지시에 대한 나의 반응(분노, 침묵, 이성적 설득)은 통제 가능하다.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소비 습관, 저축 계획, 그리고 이 상황을 이겨내려는 노력은 통제할 수 있다. 우리는 이 통제 가능한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운명에 끌려가는 대신 운명과 함께 춤출 수 있다.
다른 철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스토아 철학의 운명론은 다른 철학적 관점들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등): "인생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의해 매 순간 창조된다." 스토아 철학이 운명의 필연성을 강조한다면, 실존주의는 인간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선택의 중요성을 무한히 강조한다. 하지만 양자 모두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나의 태도와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에우다이모니아)이다." 스토아 철학이 덕을 통한 평온을 추구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실천함으로써 삶의 균형과 행복을 이루는 것을 강조했다. 스토아 철학이 외부 조건에 대한 '아파테이아(무감정)'를 지향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적절한 감정의 조절(중용)을 중시했다.
더 깊이 생각해볼 질문들
스토아 철학은 고통을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판단하는 우리의 이성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그 고통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고통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배움을 찾으며, 우리의 반응을 통제하라는 메시지에 가깝다.
스토아 철학은 결코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인 '우리의 행동과 노력'에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친다. 최선을 다한 후 결과가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것은 운명의 영역이므로 받아들이는 것이 스토아적 지혜다. 즉, 행동의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으며, 결과는 외부의 섭리에 맡기는 것이다.
함께 생각해보며
스토아 철학의 '숙명론'은 우리에게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 앞에서 무릎 꿇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그 안에서 오직 우리의 '내면'만이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외부의 파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마음의 항구를 짓는 것. 이것이 스토아 철학이 제시하는 운명 앞에서의 인간의 자세이자, 진정한 평화를 얻는 길이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우리의 시선과,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만큼은 오롯이 우리의 것이다. 이 깨달음이 당신의 삶에 작은 등대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 하루 당신을 불안하게 만든 일 중, 정말 당신이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통제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 그것에 대한 당신의 판단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일기를 쓰며 매일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철학적 사유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이 글은 하나의 관점을 제시할 뿐이며, 여러분만의 생각과 성찰이 더욱 중요합니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견해를 비교해보고, 스스로 질문하며 사유하는 과정 자체가 철학의 본질입니다.